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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_여행 이야기

00_여행 가고 싶어요

한스트 2018. 5. 15. 22:42


2016년 5월.

나는 이전 회사에서 퇴사를 하고 부산에 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커리어를 앞두고 아내와 함께 여행을 꼭 가고 싶었습니다.

가까운 친구가 신혼여행으로 다녀온 체코가 우리의 여행 목적지 물망에 올랐습니다.


정말 예쁜 풍경.



꽤 열심히 조사하고, 열심히 준비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비행기표, 호텔, 렌트카, 일자별 동선, 음악회 예약, 맥주 축제 예약까지 하나씩 표에 적어가며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바름이 덕분에 우리의 계획은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임신 5주차에 무리하게 장거리 여행을 가는 것은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기 때문입니다.

KLM 항공은 취소 수수료로 돈을 버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혹하게 취소 수수료를 떼어갔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던 것들을 열심히 취소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몹시 아쉬웠지만, 나는 당시 새로운 커리어에 대한 기대와 이제 부모가 된다는 약간의 긴장 + 부담감으로 인해 여행을 가지 못한 것 자체에 집중할 처지가 되지 못했습니다.

정신없이 이사를 진행했고, 부산에서의 새로운 갈등, 출산, 육아라는 큰 산을 넘으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아가를 데리고 먼 곳도 여행가는 엄청난 (진짜 문자 그대로 대단하다고 생각) 부모들도 있지만 우리 부부는 그럴 엄두를 내지는 못하고 국내 여행을 조금씩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만했지요.


바름이는 어느덧 15개월이 되었고 우리 부부는 조심스레 둘째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2015년 늦여름에 블라디보스톡에 다녀온 것이 우리의 제대로 된 마지막 여행이었는데, 이 시점에서 둘째를 가지게 되면 향후 몇년간은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 둘 이상을 키우는 집에서 워낙 겁을 많이 주어서 더 그런 것일 수도 있을수도..)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우리는 큰 마음을 먹고 다시금 여행 프로젝트를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지는 브루나이.

아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체코에 꼭 가고싶어했던 아내가 임신 이후 많은 것들을 내려놓는 것을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이 여행은 온전히 아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어디서 브루나이를 봤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어디서 이름은 몇번 들어본 것 같은데 여튼 미지의 세계이니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보르네오 브루나이 응?)


배틀트립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로이킴 삼총사가 다녀온 편을 보고 나니 더 재미있겠다 싶어졌습니다.

예전에 체코 여행을 준비할 때 그 이상으로 아내와 함께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항공편, 숙소, 렌트카, 동선, 환전, 국제면허증 발급 등 할 것이 많았습니다.

업무와 육아를 감당하며 자투리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습니다.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여행일이 왔습니다.

약 5일동안 어머니께 바름이를 부탁드리고 저희는 캐리어에 백팩 하나 울러메고 집을 떠났습니다.

바름이 할머니가 가끔씩 서울에 오시면 반나절정도 아이를 봐주시고 저희는 데이트를 하고 오곤 했는데 이번은 거의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우는 것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바름이의 기상부터 잠자는 시간까지의 모든 일정과 각 단계별 예외사항까지 꼼꼼하게 메뉴얼로 적고 어머니께 설명을 드리고 나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습니다.


여행 가기도 전에 몸은 피곤하고 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뭐랄까...

수능 끝난 고3 / 전역하고 집에 가서 누운 병장 / 취업 성공 후 두발뻗고 잠드는 느낌과 비슷한 감정을 경험했습니다.

큰 수고 끝에 반짝이지만 소중한 휴식, 보상을 받게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아내와 단둘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 좋았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 시간 순서 + 의식의 흐름 (응?) 대로 여행기를 주절주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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